[해외생활]11.이기주의
하루하루 버티고 잘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중 우리는 4층에게 한 달에 한 번씩 과자나 주전부리를 전해주며 좋은 관계를 이어갔다. 4층은 처음에 감사하다고 표현하며 이런 것은 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얘기했지만 한 달, 두 달, 세 달이 넘어갈수록 받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마치 우리가 주는 과자나 과일이 자신들이 받아야 하는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듯했고, 4층에 사는 중학생 정도의 아이도 마주칠 때 인사나 감사의 표현 없이 쳐다볼 뿐이었다.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그 오래된 문제투성이 맨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완벽하게 이해가 가는 순간이 많았다. 그 집 또한 부모가 물려준 것이라고 말을 했었기 때문에 그 어떠한 노력 없이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데로 사는 사람들 같았다. 내가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는 거지만 사람의 행동과 말투를 보면 대충 보이지 않는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루 빨리 엮기고 싶지 않아서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고, 우리는 그 뒤로 주전부리를 주지 않았다. 철저하게 무시하기 시작했고 눈치 보는 생활도 하지 않으며 최대한 조용히 살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사는 맨션의 주차장의 잡초나 풀은 본인이 직접 제거를 하고 맨션에 관리비를 지불하지 않는 대신 계단 청소나 맨션 앞 청소는 일주일에 한번씩 사람들이 번갈아 가면서 청소를 하게 끔 되어있는데, 1년간 그 맨션에 지내면서 누구도 5층을 청소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예를 들어 1층 사는 사람은 1층부터 맨션 입구까지, 2층 사는 사람은 2층부터 입구까지 청소를 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5층 사는 우리는 5층부터 1층까지 청소를 해야 했고, 먼지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개인 이기주의를 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조건이었다. 오다가다 마주쳐도 인사는 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누가 이사 왔거나 갔을때의 관심은 엄청나게 많아 보였다. 심지어 이사도중 이삿짐 자동차 때문에 본인이 바로 나가지 못하고 기다려야 한다며 이삿짐 직원에게 엄청나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난 절대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다르고 또 엇비슷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조금만 배려하면 더 아름답지 않는가? 하지만 적어도 일본에서 살아가며 그런 사람들은 본 적이 없다. 물론 배려가 있는 사람도 충분히 많을 것이고 여유 있게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환경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돈을 악착같이 모아야 하고 이 환경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였다.
대략 그 5층 맨션에서 살아간지 8개월쯤 지났을 때 문제가 터졌다.
오래된 욕조를 교체 하지 않아 욕조의 플라스틱이 깨졌고, 두 번째가 4층 천장이 물바다가 됐다는 것이었다.
욕실에서 깨진 욕조의 물이 4층 거실 천장까지 갈 이유는 없었고, 우리 집 다른 부분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것인데, 집주인은 우리의 주택보험으로 해결하라는 식이었고, 우리는 그것을 거부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잘못이 하나도 없었고, 오래된 집을 그동안 세를 주면서 단 한 번도 교환이나 교체를 하지 않은 집주인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중요한건 4층의 천장에 물이 새는 것이었는데, 그러려면 우리 집 공사를 해야 하기에 집주인은 우리에게 호텔을 예약하고 영수증을 주라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그건 순전히 호텔 값뿐이었다. 우리의 밥이나, 다른 것들은 우리 돈으로 하라는 식이었다. 용납도 안 됐고 이해도 안 됐다. 애초에 공사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밖에서 돈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의견과 집주인의 의견이 달라 싸우면서 시간이 흘렀고 4층은 빨리 공사를 해달라며 난리를 피웠다. 4층은 우리 집까지 올라와서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었고, 우리는 식비지원이 되지 않는다면 집을 비울 수 없다고 얘기했고, 나머지는 집주인과 얘기를 하라며 문을 닫고 무시하였다.
그러자 아내의 핸드폰으로 집주인은 계속 전화를 하여 화를 내었고, 우리는 아내의 직장과 가장 가까운곳에 있는 리조트에 예약을 하였다. 이것도 거부한다면 그땐 경찰서에 갈 예정이었다.
집주인도 어쩔 수 없었는지 영수증을 보내자 돈을 보냈고, 우리는 한끼에 500엔에서 700엔 하는 덮밥을 주로 사 먹으면서 리조트 생활을 즐겼다. 어쨌든 일주일이었지만 리조트에서 생활할 때 너무 좋았다. 아내와 데이트 이후로 호텔, 리조트는 처음이었고, 바로 앞에 있는 바다를 보며 여유를 즐겼다. 근처에 공원이 있어 아이와 함께 놀며 시간을 보냈고, 게임센터에 가서 인형도 뽑고 관람차도 타며 시간을 보냈다.
리조트 직원들은 친절했고,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아 내 마음또한 편했다. 한 번씩 호텔에 예약해서 가족과 함께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가장 좋았던 게 바다를 보면서 아침 햇살을 느끼는 것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맨션은 베란다가 서쪽에 있어서 아침햇살이 항상 부족했다. 어짜피 열어도 햇빛이 들지않아 서서히 커튼을 열어두는 게 적어졌었는데 집에 햇볕이 잘 들어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호텔에서 느꼈다.
이 글을 읽고있는 분들은 꼭 집 계약 시에 체크하길 바란다.
우리는 돈을 적게 쓴다고 불행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았다. 이사라는 목표가 있었고, 더 큰 목표는 우리의 집을 갖는 것, 그리고 집을 대출로 구입한다면 최대한 빠르게 대출금을 갚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였다.
그렇기에 돈이 모이는것에 행복해하고, 밖에 나가서 돈을 적게 쓴다면 뿌듯했다.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아이에게 쓰는 돈이었는데, 아이의 장난감이라든지, 신발, 옷은 항상 브랜드로 입혔다. 별다른 이유는 없이 그것만은 아끼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매일 사는 것도 아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일주일 동안의 행복한 리조트 생활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집을 체크해 보니 깨진 욕조는 교체가 되지 않았다. 일단 그것을 무시하고, 난 오랜만에 청소를 하였다. 지금도 청소를 좋아하는 편인데 머리카락에 강박이 있어서 아직도 줍고 다닌다.
아내가 집주인에게 전화를 해서 욕조가 교체되지 않았다고 얘기했는데 집주인은 조만간 교체할 것이다라고 말만 하고 결국 우리가 이사하는 그날까지 욕조는 교체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