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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12.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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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사람1호 2025. 5.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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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공사가 끝나고 우리는 그때부터 이사할 새로운 집을 찾았다. 조건은 1층집이었고, 오래 살지 않고 은행의 대출이 허락된다면 바로 주택을 구입할 예정이었기에 그전보다 조건은 훨씬 간단했다.

하지만 역시 새로운 집을 구하기엔 쉽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어도 집주인이 거부하는 일이 잦았고, 맨션의 관리회사의 갑질에 힘들어했었다. 가령 예를 들면 이사의 날짜를 관리회사가 정해주고 이 날까지 이사를 하지 않으면 이 맨션에서는 살 수 없다는 식이었다. 요즘 세상에 꼭 필요한 인터넷 설치도 관리회사가 원하는 회사로 가입해야 하고, 우리 마음대로 안되는 것 투정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지쳐만 갔다. 다시 한번 내가 일본에 오게 된것을 많이 후회하였다. 아내가 쉬는 날만이 아니라 혼자서도 다른 맨션을 찾아다니면서 보았고, 한국에서의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지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그 당시 나는 외로움이라는것을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내가 많이 지쳤거나, 조금 마음이 약해졌거나,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지쳐가면서 서서히 내 마음이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은 겉잡을수 없이 커졌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되버린것이다. 불안장애는 계속해서 심해지고 사회불안도 심했다. 그리고 어쩌면 죽는 것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한국으로 잠깐 다녀오면 훨씬 더 좋았겠지만, 부모님은 아내와 다 같이 올것을 희망하였고, 회사원이 휴가가 아닌 4,5일을 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가 이 현실에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 그러니까 도망갈 곳은 한군대도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남겨진건 선택이었다. 내 삶을 끝내는 방법과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

처음 아내에게 이 얘기를 했을 때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내는 내가 죽을 만큼 힘들지만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 생각이 나의 선택을 결정하는데 큰 이유가 되었다. 

오히려 그런 아내를 보며 내가 삶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난 다음날 아내와 아이를 보내고, 이른 아침 신발에 끈 을 풀어 거실의 문고리에 끈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최대한 타이트하게 내 목에 감고 체중을 실었는데 엄청난 고통과 함께 퍽 소리가 들리며 고정했던 문고리가 빠져버렸다. 오래된 문이 나를 살렸다. 심지어 탄성이 있는 신발끈은 문고리가 부러졌지만 내 목에 완벽하게 조여져 빨리 목에서 풀려고 허둥지둥 노력했다. 그렇게 허무하게 실패했지만, 그 당시 진짜 죽을 수도 있었겠다는 공포와 목에 빨갛게 새겨진 끈 자국을 보며 내가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실은 살고 싶은 거구나라고 느꼈다.

그 한 번의 행동이 나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죽는 것은 필요이상으로 용기가 필요했고, 무서웠다.

그리고 그날부터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 모든 내 아픔은 내가 간직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을때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도움이나 말을 받지 못했을땐 나에게 더 큰 상처가 올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내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혹시나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꼭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바란다.)

아이와 아내를 위한게 아닌 내 자신을 위해, 내가 먹고싶은것을 사고, 내가 좋아하는것을 사고, 내가 가고싶은곳을 가는것, 아내와 아이가 가기 싫거나 시간이 안되면 혼자서라도 내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한국에 가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에 내 돈을 쓰고 가면 해결될 일이고, 한국에 서울이라든지, 부산이라든지, 다른 곳에 가서 내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느끼면 그것으로 충분한 보상이 될 것 같았다.

당장 눈앞에 놓여진 이사나 집의 문제 보다 내 자신이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 순서였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그날 나는 아무런 변화 없이 평소와 같이 행동을 했고, 내 목을 가릴 수 있는 옷을 입고 한 달을 넘게 생활했다. 

난 그동안 읽고 싶어도 ebook(인터넷 책)에 없는 책들의 리스트를 적어놨는데 비싼 해외배송비를 내면서 한국에 주문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기서는 절대 구할 수 없고, 한국에 가서 책을 구입해도 무게 때문에 한두권 뿐이기에 난 나를 위해서 주문했다.

내가 한국의 상담사와 온라인으로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내 병의 원천, 그것은 외로움이었다.

장기적으로 외로움에 노출이 되면 사람은 우울증, 불안, 공격적인 성향, 자살, 사회불안장애 까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내 몸의 상황과 전부 일치 했고, 천천히 생각해보니 난 외로웠던 것이 맞았다. 사람과의 대화와 사회적인 활동이 중단 되고, 내가 말할 사람은 아내와 아이 뿐이니 그들에게 맞춰서 생활하게 되는것, 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돌볼 이유도 없게 되어버린 상황이 결국엔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내 병이 좋아지지 않은 이유, 앞으로도 좋아지기 힘든 이 이유가 난 여전히 혼자이기 때문이다. 운동도 열심히 했고, 헬스장에 있는 선생님이라든지 다른 사람들과 조금씩 사회활동을 해도, 내 안의 외로움은 충족되기 어려웠다.

그거야 당연하게도 평생을 한국에서 살아온 나는 일본에서 몇 년을 살아도 한국과 비슷한 인맥을 갖추기 힘들다. 더더구나 사람들의 관계에 폐쇄적인 일본 사회는 더욱더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게 힘들 것이다. 결국 난 이 외로움을 일본에 사는 이상 내가 죽을 때까지 해결해야 될 숙제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집의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는데 결국 찾고 찾다가 못 찾아서 몇 달을 기다렸고, 인터넷에 새로운 집이 올라올 때마다 부동산에 예약을 하여 방문했다. 맨션보다는 단독주택에 살고 싶었지만 단독주택은 무조건 맨션보다 월세가 비쌌다. 거의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서 맨션의 1층 위주로 찾아보게 되었다. 

 

 

 

모든 여러분의 인생과 삶을 존중하고 응원합니다.